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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을 제법 벗어나자 드디어 제 속도로 달린다. 창밖으로 낯선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까지는 한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마을마다 교회대신 모스크가 있는 점만 다를뿐, 우리네 동네와 비슷한 풍경.
고속도로도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고 계속 쓰려고 했는데...
뭔가 다르다-_- 아직 도로가 공사중인지 도중에 국도로 진입하여 험준한 산맥을 하나 넘는다.
그래도 명색이 터키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스탄불과 두번째로 큰 수도 앙카라를 잇는 길인데, 고속도로가 아직 완공조차 되지 않았다니...
그 대신 가는 국도는 그야말로 우리의 예전 영동고속도로나 88고속도로 수준의 길. 포장상태도 좋지 않고 길도 구불구불하다. 작은 버스나 좋지 않은 버스였다면 오래 버티기 힘들듯.
터키의 휴게소는 우리의 국도변 사설 휴게소와 비슷한 분위기이다.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도 사설 휴게소인지 규모나 파는 물건들도 제각각 다르다.
산을 돌아서 내륙으로 계속 달리니 이제 주위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무성한 나무와 산들은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건조한 내륙초원의 분위기. 나무라고 해 봤자 작고 아담한 것들 뿐이고 듬성듬성 난 풀들과 완만한 구릉들이 이어서 나타난다. 이제야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난다.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 붉은 노을이 지나 싶더니 저 멀리 큰 도시가 하나 나타난다. 목적지 앙카라.
터키건국과 더불어 그동안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을 버리고 새로 지은 계획도시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이스탄불처럼 고도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시 외곽에 자리잡은 아웃렛상점들과 주유소들부터 비슷하고 이스탄불과 달리 도로도 넓고 고가도로와 지하도도 많다.
마침 숙소 근처에 한국공원이 있어 들어가기 전에 잠시 들렀다 간다고 한다.
작년에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으로 말끔하게 재정비를 한 공원은 작긴 해도 깔끔했다.
그 가운데 서 있는 탑은 한국전쟁때 참전한 터키군 위령탑이었다.
언젠가 부산에 있는 UN묘지에 갔었을 때, 이들의 무덤이 거기에 있던 걸 본 거 같은데...
비행기를 타고도 12시간이 걸리는 먼 곳으로 날아와 이역만리 타국에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의 명단을 하나하나 보다보니 사뭇 숙연해진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긴 여행에 지쳐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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