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터키를 가게 된 것은 순전히 동생의 압박때문이었다.
원래는 모두가 따로따로(?) 밖으로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동생은 위험한 곳은 혼자 못보낸다는 부모님의 명령으로
어머니는 가족여행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이유로(작년에 내가 파리에 있을 때 나를 제외한 식구들은 중국으로 갔다-_-)
아버지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동생이 가고 싶어했던 터키에 온 가족이 가게 되어버렸던 것-_-

어머니가 알아보신 여행사로 맞는 날짜를 찾아, 아버지를 사칭-_-하여 내가 모든 예약과 연락을 담당하였고;;

결국 8월 11일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인천공항을 향했다.
아버지는 이날 오전근무만 하시고 살짝 빠져나올 계획이었으나, 며칠전 골프장에서 무리하신 탓인지 전날부터 몸살감기기운으로 병원신세를 지시는 바람에 아예 회사를 가시지 않고 우리와 같이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서 점심을 먹고, 미팅포인트에서 T/C를 만나는등의 기본적(?)인 코스를 모두 거친 다음, 17시 40분에 비행기는 인천을 떠나 이스탄불로 향했다.

출국 바로 전날인가 영국에서 비행기테러적발사건이 있은 탓인지 공항보안검색이 강화되어보였다.
쩝, 그런데 내가 그 강화검색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물값 500원 아끼려고 아버지가 가방마다 작은 생수병을 넣어둔 것이 화근이었다. 내 캐리어는 화물로 이미 보낸 탓에 가방이 두개이던 아버지의 작은 기내가방을 내가 들고 들어갔는데 보안검색에서 문제가 생긴 것.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서 지나가려는데 보안요원이 나를 세우더니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는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몸을 샅샅이 훑는다. 뭐 어제 사건도 있었으니 하고 넘어가려는데 이번에는 가방을 열어도 되겠냐고 묻는 것. 여러번 여러나라에서 보안검색을 했지만, 가방까지 열겠다는 것은 서울에서 ASEM회의가 열렸을 때 삼성역을 지나가다 당하고는 두번째였다.

내 가방도 아닌데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랬다가는 더욱 의심-_-을 살까봐 열어보라고 하였다. 생수통이 문제였던 것. X-Ray검사에서 액체통이 발견되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생수통이 이미 개봉된 것인 것을 보자 마셔보라고 했다. 어쩌나, 감기걸린 아버지가 약을 드시려고 이미 마신 듯 한데 마시는 수밖에-_-;;;

이런 고난을 겪고서야 간신히 보세구역에 들어와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비행기 자리가 하필 스크린 바로 앞, 화장실 바로 앞이라 고생을 좀 하였고
(작년까지는 없던것 같았는데, 올해는 비행기를 타니까 대한항공도 수면안대, 기내양말, 칫솔등을 제공해서 편했다. 99년인가 캐세이퍼시픽에서 처음 받고 당연한 걸로 생각했는데, 그 다음번에 대한항공을 탈 때에는 계속 안나왔었다)

도착하면 이스탄불시간으로 밤 11시가 되는 터라, 나름 시차적응을 한다고 비행기에서 최대한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서 10시간이 넘는 비행기 탑승중에는 최초로 단 30분만 잠을 자는 기록을 수립.

어두워졌던 기내가 불이 하나 둘 켜지면서 슬슬 착륙모드로 돌입한다. 창문밖으로는 이스탄불의 야경이 하나 둘 들어오면서 행복한 생각이 들었으나 그 생각도 잠시. 착륙을 위해 급하강하던 비행기가 공항기류사정인지 갑자기 기수를 올리며 상승한다. (순간, 무서웠다-_-)

덕분에 20분쯤 후에 다시 착륙시도를 하게 되고 아까의 경험탓인지 비행기를 타고 왠만한 난기류에도 꿈쩍않던 내가 얼어붙었다.

다행히 약간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듯 하던 비행기는 무사히 이스탄불 아타투르크 공항에 착륙했다. 긴장한 사람이 나뿐은 아니었는듯, 착륙하자마자 몇몇 승객은 구토를 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과연 터키는 어떤 곳일까라는 기대를 하고 비행기밖으로 뛰쳐나가는 순간, 예의 그 냄새가 풍겨온다. 그래도 여행을 다닐 때마다 적응이 된 탓인지 이 냄새 이젠 친근-_-하기까지...

그.러.나.
입국심사는 가뜩이나 피곤한 사람을 완전히 뻗게 만들었다. 여기가 미국이나 영국쯤 되는지 저 멀리 보이는 심사관은 한사람 한사람 세워놓고 몇분씩 여권을 검사한다. 입국심사가 그렇게 오래 걸리기는 처음이었다. (정확히는 기다리는 시간)

그 와중에 다른 줄에 서 있던 동생은 여권유효기간이 4개월밖에 안남은데다 단수여권이라고 여권이 얇은 것을 심사관이 의심한 통에 T/C가 달려오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오늘 하루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를 겪는 바람에 터키에 대한 이미지는 본심(?)과 상관없이 안좋을대로 안좋아져있었고, 그 때문인지 아타투르크 공항도 더럽고 지저분해 보였다.

그리고는 현지 한국 가이드를 만나 앞으로 타고 다닐 버스를 만나 오늘 밤을 보내기 위한 호텔로 이동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피곤함과 짜증으로 안좋던 기분, 저 멀리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의 야경이 보이면서 사라져버렸다-_-;; 눈앞에 책에서 보고 말로만 듣던 것들이 다가와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순간의 감동은 역시나 광고처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었던 것.

전차와 자동차가 같은 길을 쓴다는 황당한 구시가지의 골목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자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어있었고, 방배정을 받자마자 씻을 겨를도 없이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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