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의 감동을 느끼고 호텔로 돌아와 가볍게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탔다.
오늘은 여행기간중에 가장 긴 이동시간. 아마도 안탈랴에는 빨라야 오후 5~6시쯤 도착할 거라고.

하루만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안타까움에 창밖으로 펼쳐지는 카파도키아의 풍경을 다시금 가슴속에 담아두었다.

카파도키아에서 안탈랴까지 가는 길은 길기도 하지만, 다양하다. 먼저 콘야까지는 끝없이 펼쳐지는 언덕하나 없는 평원지대. 그리고 안탈랴를 가기 위해서는 타우루스 산맥이라는 험준한 산을 넘어가야 한다.

더군다나 기나긴 여정. 구름한점 없이 푸르기만 한 하늘은 더욱 야속하기만 하다. 비가 오는 걸 바라는건 아니지만, 저 뜨거운 햇빛을 조금만이라도 가려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래서인가 일정표상으로는 도중에 콘야를 잠시 들리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콘야를 가는 도중에 아름다운 오부룩 호수를 끼고 있는 캐러반사라이(대상숙소)가 있다고 하여 거기를 잠시 들렀다 가기로 한다.

지금까지 보아온 커다란 호수와는 다르게 아주 작고 동그란 호수다. 가이드누나의 설명으로는 원래 지하수가 흐르던 곳인데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이렇게 호수가 생겨났다고 한다. 저래 뵈어도 수심이 200미터나 될 정도로 깊다고. 그래서인지 물빛이 아주 푸르다.

그 옆에 있던 캐러반사라이는 역시나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이곳저곳이 무너져내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슬람시대에 지어진 건물에 십자가등의 기독교 상징모양이 있다는 것인데, 이는 비잔틴시대의 무너진 건축물을 이슬람시대에 건축자재로 재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한참 평지를 달렸는데, 아직도 주위는 낮은 구릉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낯선 풍경.

어느덧 건물이 조금씩 많아지는가 싶더니, 길이 넓어지고 번잡해진다. 콘야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벌써 시간이 점심때가 되었기에 먼저 캐러반사라이를 개조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저 멀리 들리는 '아잔'소리가 한낮의 뜨거운 햇살과 어울려 졸음을 잠깐 가져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콘야의 중심부이다.

콘야는 터키에서도 가장 이슬람적인 전통이 잘 남아있는 보수적인 도시이다. 그리고 터키 제3의 도시. 그래서인지 지금까지와의 터키도시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길가로는 트램이 지나가고 고층빌딩이 들어선 현대적인 도시임에도, 대부분들의 여성들은 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긴 천을 두르고 있다.

이번에 들른 모스크(자미)는 구조가 좀 특이하다. 게다가 안의 기둥들의 모양이 제각각 크기와 높이가 다르다. 이 역시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것을 재활용한 결과라고.

관람을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려는데, 아까부터 우리 주위를 맴돌던 동양인 한명이 계속 눈에 거슬린다. 일행중 한 아주머니가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그는 홀로 배낭여행을 왔던 한국 남학생이었다. 오늘은 콘야를 들렀다가 우연히 한국사람을 만났다는 것. 그 아주머니께서는 한국에 있는 아들생각이 났다며 여행경비로 쓰라고 약간의 돈을 그 학생에게 쥐어주셨다.

이슬람에서는 여행자를 환대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기 집에서 떨어져 지내는 사람은 고생을 하기 때문이라고. 그 때문인지 터키에서는 어디를 가더라도(물론 달라붙는 장사꾼-_-도 많았다) 여행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차이라도 한잔 대접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집까지는 짧게 잡아도 8000km가 더 되는 거리. 그 배낭여행객을 보다 보니, 문득 예전 나의 배낭여행이 떠올랐고, 떠나온지 며칠 안되는 집이 그리워진다. 배낭여행보다 훨씬 편한 여행이지만, 그래도 집에 있을 때보다 좋을 수는 없는 법.

다시 버스는 콘야를 떠나 목적지 안탈랴를 향했다.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를 가던 것처럼 다시 창밖이 변하고 있다. 조금씩 주위가 푸르게 변하더니, 언덕이 생기고, 눈앞에 험준한 산이 나타난다. 여기를 지나면 지중해. 가이드누나는 저 산을 넘으면 한국의 여름날씨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고온건조했던 터키중부와는 달리 지중해의 습기로 안탈랴는 가득차 있다며 연신 겁을 준다.

옛날 영동고속도로의 대관령고개를 넘는 듯한 스릴을 느끼며 몇 시간쯤 달렸을까,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인다. 지중해다.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붉게 물들었고, 안탈랴에 도착하기 전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잠시 머문다. 안턀라는 터키 최대의 휴양도시라는 명성답게 마치 니스에 온듯한 느낌이다. 특히나 D(독일)표지판을 달고 있는 외국국적의 자동차가 많이 보였고, 그 때문인가 간판에는 지금까지의 터키어 일색에서 독일어나 러시아어로 된 간판도 제법 많다.

기름을 채운 버스는 호텔을 향해 조금 남은 여정을 재촉한다. 주위에 보이는 하얀 건물들이 여기는 바닷가임을 깨닫게 해 주고, 그 건물들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LG에어컨은 여기가 습한 곳임을 일깨워준다.

안탈랴도 구시가지쪽은 좁은 길때문인지 일방통행이 많다. 바로 눈 앞에 본 호텔에 내리기 위해 5분동안 길을 돌아야 했다. 도착한 호텔은 지중해 바로 앞에 위치해서인지 모든 객실에 테라스가 달려있고 초승달 모양의 건물 가운데로 야외수영장과 식당이 있다.

객실을 배정받아 엘레베이터를 타고 문을 닫는 순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습기가 찐득하게 몸을 덮친다. 오늘 객실은 7층, 객실 밖 복도로는 안탈랴 시가지가 보이고, 방안에서는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부모님방에서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긴급상황이 발생하여, 일대 소동을 벌이고 다소 티격태격하셨으나, 알고 보니 이 호텔은 테라스 문이 열려있으면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게 되어있다고. (그런데 내가 묵은 방은 문을 열어놨는데도 에어컨이 나오더라는-_-;;; 그것때문에 문을 닫아야 되는가는 전혀 의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안탈랴의 밤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나갈 수 있는 자유시간을 주었으나... 올라와 잠깐 누웠더니 어느새 다음날 아침이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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