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열기구 타는 날이라 4시에 모닝콜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실내가 너무 더워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뒤척거리다가 결국 그냥 씻고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그런데, 문을 여니까 복도가 왠지 으슬으슬하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창문을 여니까 찬-_-바람이 씽씽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찬 자연풍이 부는 거면 저 폼만 나는 에어컨은 왜 달아논건가...
4시 45분에 열기구신청자들을 태우러 호텔로 온 작은 승합차를 타고 열기구 타는 곳으로 이동. 약간 으슬으슬하긴 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어둠속의 카파도키아를 감상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차가 도로에서 비포장도로로 접어들더니 어느 작고 평평한 땅에 도착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똑같이 생긴 승합차가 한 대 더 들어오고, 지프차와 열기구장비를 실은 차가 도착.
우리팀 이외에도 다른 팀에서도 온 사람을 합해서 탑승자는 20명 정도. 그 중 3명정도만 프랑스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사람. 얼핏 보니 같은 날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인듯.
열기구에 뜨거운 바람을 집어넣는 동안 동쪽하늘에 빛나던 오리온은 조금씩 희미해지며 어둠이 사라지고 새벽이 다가온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기다리니 어느덧 풍선이 하늘로 떠오르고 탑승을 하라는 사인.
이백여미터 앞쪽에도 다른 열기구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보다 풍선이 좀 더 큰 걸 보니 역시 먼저 떠오르기 시작.
열기구는 가운데 조종사가 있고, 그 주위로 4개의 칸막이로 나뉘어져 각 칸에 5명정도가 탑승하는 구조였다. 무게중심을 잡기 위한 방법이거나 자칫 많은 사람이 한군데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닐까.
사람이 많아서인지, 좀처럼 뜨지 않던 풍선은 계속 뜨겁게 가열하자 조금씩 조금씩 동쪽으로 움직이더니 서서히 떠오른다.
조종사는 능숙한 솜씨로 열기구의 고도와 방향을 조정하면서 드넓은 카파도키아를 편하게 안내한다.
점차 떠오르면서 해가 뜨기 직전의 카파도키아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 보았던 그 많은 것들, 도로에서 멀어서 미처 가까이 가서 보지 못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시간들.
어느덧 저 위로 해가 떠오르고 우리와 같은 열기구가 이 하늘에 10여대 남짓 제각기 머물고 있다.
높은 고원을 하나 넘자 서서히 착륙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지상쪽 팀들이 게을러서인가 첫번째 착륙에서 우리 열기구를 잡지 못하는 바람에 다시 떠올라서 몇 백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서야 그제서야 착륙할 수 있었다. 우리야 그저 하늘에 약간 떠올라서 손쉽게 움직였지만, 지상팀에다 우리를 싣고온 승합차들은 비포장도로인 꼬불꼬불길을 힘겹게 쫓아온다. 더 불쌍했던 건 열기구를 잡는 사람들, 이들은 아까 거기서 계속 뛰어왔던 것이다-_-
너무나 짧은 시간임에 아쉬움을 느끼는데, 시간은 이미 한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열기구 탑승자에게는 조종사가 싸인한 증명서와 샴페인이 제공되어 아침식사도 하기 전에 술부터 마시는-_-결과를.
혹시나 열기구를 탈 사람을 위해 얘기하자면 가급적 조종사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좋다. 새벽이라 제법 추웠기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조종사 바로 옆쪽에 탔지만 이 자리 최악이다-_-.
일단, 풍선을 움직이기 위해 계속 불을 때우기 때문에 조금 지나면 거의 사우나에 온듯 뜨겁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 좋은 점은 불을 때우고 나면 저 위에서 계속 기름찌꺼기같은 것이 튀기 때문에 그날 입고간 옷은 여행끝날때까지 다시 못입는 불상사가 생긴다.
아무튼 열기구. 비싸긴 진짜로-_- 비싸지만 (2006년 8월 기준으로 18만원정도) 내가 거기를 또 언제 갈지 모른다는 점과 아침에 보았던 감동의 크기를 생각하면, 거기까지 가서 열기구를 타지 않는다는 것은 레스토랑에서 전채만 먹고 나오는 것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오늘의 장거리 이동을 준비했다.